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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룸살롱서 미아리로 옮긴 女대생, 월 수입이 …

[중앙일보] 입력 2012-12-04 1:08 / 수정 2012-12-04 1:08 글자 작게글자 크게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의 골목 모습. 이곳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경찰의 단속이 집중돼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성매매 업소들이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종택 기자]
김지혜(32·가명)씨는 서울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한다. 하루 평균 서너 명의 남성을 상대한다. 지혜씨가 처음 성매매 일을 시작한 것은 등록금 때문이었다. 2004년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이 첫 일터였다. 그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집창촌이 강제로 폐쇄되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성매매가 가능한 다른 유흥주점이 ‘특수’를 맞았다. 지혜씨는 강남·서초 등의 룸살롱을 옮겨다니며 등록금을 벌었다. 하지만 집안의 생활비를 보탠 데다 ‘씀씀이’가 헤퍼져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느라 아직도 졸업을 못했다.

 지혜씨가 미아리 텍사스로 들어온 건 지난해 2월이다. 성매매특별법으로 미아리가 다 죽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혜씨는 석 달간 월평균 500만원을 벌었다. 등록금은 충분히 되겠다 싶어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생활비가 다시 빠듯해졌다.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벌이가 넉넉지 못했다. 올 9월 지혜씨는 다시 미아리로 돌아왔다.

 지난달 4일 미아리 텍사스에서 지혜씨를 만났다. 지혜씨는 “사실상 단속도 하지 않으면서 성매매특별법을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만 범죄자로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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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배숙(56) 변호사
 중앙일보가 전국의 주요 집창촌을 취재한 결과 지혜씨처럼 집창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여성이 많았다. 이 여성들은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일터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집창촌에서 일하는 이모(34)씨는 “2010년 이후 한 건도 단속되는 걸 보지 못했다. ‘무용지물’에 불과한 법을 그냥 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매매 종사자와 업주 모임인 전국한터연합회는 지난 9월 헌법재판소에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조배숙 전 민주당 의원은 “성매매특별법 덕분에 집결지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집결지 여성들의 인권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의원도 “당시 성매매집결지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신종 변태 성매매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강자(67)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는 2000년 서울종암경찰서장 시절 미아리 텍사스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생계형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특별법에 근거해 제재만 하다 보니 단발성 효과에 그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목표와 달리 신종 성매매가 확산돼 성매매 산업 자체만 더욱 비대해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한적인 공창제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단체는 이 같은 주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최소한의 법이며 공창제는 여성을 상품화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연희(64) 서울 강남구청장
 실제 일부 성매매 업소에선 여전히 여성 종업원의 빚을 빌미로 강제로 성매매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A씨(28)는 500만원이 갑자기 필요해 지인의 소개로 룸살롱 업주를 만났다. 이 주인은 “일본에서 남성들과 친구처럼 얘기만 하면 2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A씨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숙소에 감금됐다. 그 뒤 하루에 5~6차례 성매매를 해야 했다. 몸에서 출혈이 있는데도 업주는 “솜으로 틀어막고 일을 계속하라”고 종용했다. A씨는 일본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숙소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 뿌리 박힌 성매매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 유도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강남구청은 지난 7월부터 불법 퇴폐업소 단속 TF팀을 꾸려 성매매 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257개 업소가 단속돼 18억9500만원의 세금·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주택가에까지 성매매 업소가 파고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지만 단속 의지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자활단체 9곳에서 성매매 여성의 직업·진학 교육을 도와주고 있다.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연평균 560여 명에 달한다.

특별취재팀=정강현·김민상·손광균·한영익·이가혁·이현 기자<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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