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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문·이 묘한 3자 토론 … 이정희, 누구에게 득 될까

[중앙일보] 입력 2012-12-04 1:24 / 수정 2012-12-04 1:24 글자 작게글자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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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4일 TV토론회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차도지계(借刀之計)’다.

 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남의 칼(借刀)’은 바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다. 정치와 외교안보를 주제로 벌어질 토론회는 두 후보뿐만이 아니라 이정희 후보도 참석하는 3자 토론으로 진행된다. 현행 선거법상 의석 수 5석 이상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초청 TV토론에 참석할 수 있는데, 통진당은 6석이다.

 이 후보 측 김미희 대변인은 3일 “토론회의 집중 공략 대상은 물론 박근혜 후보”라며 “새누리당이 거악의 본산이고 박 후보 본인이 정치쇄신 대상임을 강조하고 맹공을 퍼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깃을 ‘박근혜 후보’로 분명히 할 것임을 미리 밝힌 것이다.

 박 후보 측에선 당초 보수 후보 한 명과 진보 후보 2명의 대결구도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검토 결과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오히려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히려 이 후보에 대한 공방을 통해 문 후보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 측의 계산이다. 또한 이 후보의 공격에 문 후보가 편승한다면 ‘두 후보가 이념적·정치적으로 가깝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줄 수 있어 그다지 불리하지만도 않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 중도층에 지지기반이 없는 이 후보가 우리를 공격하고 문 후보와 한 편인 것처럼 비치는 게 우리에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우리 나로호와 같은 실용위성이라고 주장하거나 북방한계선(NLL)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것이라는 입장인 이 후보가 이 문제를 공격해올 경우 역으로 문 후보 쪽에 공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박 후보 캠프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공격할 때 이 후보의 발언을 빌려 ‘이 후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문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식으로 질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도 이 후보의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활용할 계획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문 후보가 할 수 없는 공격을 이 후보가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가감 없이 공격함으로써 문 후보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노리는 ‘이 후보와 문 후보를 같은 편으로 엮는 전략’은 경계하고 있다. 문 후보와 함께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신경민 선대위 미디어단장은 “NLL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의 예민한 현안에 대해 이 후보와 문 후보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령 이 후보와 박 후보가 짝을 이뤄 토론을 할 때 박 후보가 두 후보를 싸잡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토론 후 문 후보가 이 후보를 상대로 ‘우리 둘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심상정 진보정의당 전 후보와 어제(2일) 새정치공동선언을 하면서 우리가 진보 진영의 어느 쪽과 함께 가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며 “새누리당이 바라는 ‘야권연대 공격’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인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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