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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安 "文과 언제 만나냐?" 묻자 입에 지퍼를…

[중앙일보] 입력 2012-12-04 1:26 / 수정 2012-12-04 1:26 글자 작게글자 크게
3일 오전 울산 남구 정광사 입구에서 새누리당 선거운동원들이 박근혜 후보의 사진을 들고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유세장을 찾은 한 시민이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를 화면에 띄운 태블릿PC를 들고 있다. [김경빈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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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는 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피했다. 그는 이날 서울 공평동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선거운동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다 취재진에게 이 질문을 받자 손가락으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캠프 건물을 나가다 기자들과 마주쳤다.

 -문 후보와 언제 만날 건가.

 “(웃으며) 아까부터 같은 질문을….”

 -민주당이 안심해도 되는 건가.

 “일단 아까 제가 말씀드린 거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그 다음에….”

 그는 “다음 공개일정은 언제 하느냐” “문 후보 지원방식은 언제까지 고민하실 건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

 그가 ‘다시 읽어보라’고 한 발언은 화끈한 메시지를 기대했던 민주통합당 측을 감질나게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대선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전폭적인 지지’와는 커다란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안씨가 문 후보에 대해 언급한 것은 딱 한마디뿐이었다.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중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한 부분을 상기시킨 뒤 “지지자 여러분들이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만 했다.

 오히려 문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구태정치로 싸잡아 문 후보에 대한 지지와 성원에 스스로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일단 문 후보를 지지하긴 하지만 자신이 그와 완전히 같은 세력은 아니라는 투였다.

 그러면서 그는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계속 독자 정치행보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그는 ‘야권주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 왔다. 정권교체를 강조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을 했으며, 박근혜 후보와도 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은 ‘새정치’를 표방하며 대선후보 출마선언을 했던 9월 19일 당시의 ‘제3 후보’와 같은 수준의 언급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결국 애매모호한 말 속에 담긴 ‘안철수의 생각’은 다시 ‘제3지대’로 돌아가 그곳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씨가 사퇴 회견 사흘 뒤인 지난달 26일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났다는 사실과 함께, 그의 오늘 발언은 독자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더 높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안씨는 자신이 모색하려는 새로운 길이 신당 창당인지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문 후보 캠프는 겉으론 “기대한 것만큼의 발언이 나왔다”고 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보내준 편지 메시지에 비하면 아주 선명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씨 측 유민영 대변인의 부연설명이 나온 다음에야 “고마운 일이다.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새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고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동시에 난처한 기색도 역력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해단식이 있는 3일과 TV토론이 있는 4일을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안씨가 감질나게 ‘찔끔 정치’를 하는 바람에 확실한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며 “결국 자기 몸값만 높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건 패배하건, 안씨의 ‘모호하고 소극적 태도’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캠프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안씨만 쳐다보는 것도 문제지만, 안씨 역시 자신의 소극적 지원이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순간 야권 지지층의 상당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인식·류정화 기자 <kangis@joongang.co.kr>

안철수 캠프 해단식 발언 요지

새 정치 물결,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이다. 지난 11월 23일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들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정치혁신의 희망을 주는 선거, 경제위기에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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