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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0대 女의사, 변호사 남편과 결혼 5개월만에…

[중앙일보] 입력 2012-12-10 12:38 / 수정 2012-12-10 12:38 글자 작게글자 크게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정모(29·여)씨는 최근 공기업 회사원 최모(34)씨와 결혼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정씨는 의사 아버지와 교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결혼 전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남성과 교제했지만 모두 마다했다. 정씨는 “일에 치이는 전문직보다 부유한 집안과 결혼해 여유 있는 삶을 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20대 후반~30대 중반 결혼 적령기 남녀의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상대방의 직업보다 집안의 경제력을 우선시하며 ▶결혼부터 이혼·재혼까지 참견하는 ‘헬리콥터 맘’이 등장하고 ▶한때 결혼이 힘들었던 30대 이상의 고학력 미혼 여성 ‘골드미스’(골드+올드미스)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JTBC 월화드라마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우결수)’가 인기몰이 중이다. 평균 시청률 1.8%, 분당 최고 시청률 3%를 넘겼다. 지난 10월 30일 방영된 우결수 2화에선 딸 혜윤(정소민)이 장난감 업체 직원 정훈(성준)과 결혼한다고 하자 처음엔 반대하던 엄마 들자(이미숙)가 그의 집안이 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트렌드를 절묘하게 짚어낸 장면이다. 결혼정보 업계에 따르면 상대의 직업이나 연봉보다는 상대 집안의 재력을 따지는 회원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지난 4년간 한국 미혼 남녀 6만7852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들 중 1순위로 경제력을 꼽은 비율이 36.2%나 됐다.

 들자처럼 결혼 준비에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 결혼 생활까지 챙기는 엄마도 나타났다.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모든 일에 참견한다고 해서 ‘헬리콥터 맘’이라고 불린다. 의사 이모(36·여)씨는 2년 전 서울의 명문 법대 출신 변호사와 결혼했다. 하지만 친정 어머니가 “사위가 마음에 안 든다. 이혼해야 하니 아이를 갖지 마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결혼 5개월 만에 남편과 이혼했다.

 30대 이상의 고학력 미혼 여성은 ‘노처녀’가 아닌 ‘능력 있는 여성’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연봉 3억원대의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모(36·여)씨는 최근 어머니와 다퉜다. 어머니가 최씨 몰래 결혼정보업체 회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최씨와 만나고 싶다는 남성 회원들이 줄을 섰지만 최씨는 탈퇴했다.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미혼자 55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성 49.6%는 ‘여성의 외모가 뛰어나도 생활력이 없으면 만날 수 없다’고 답했다. ‘우결수’에서 나이 50이 넘은 노처녀 어린이집 원장 들래(최화정)가 부유한 연하 이혼남 민호(김진수)의 구애를 받고 있는 이유다.

 한국웨딩학회 김인옥(전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회장은 “불황과 만혼 등 경제·사회적 환경이 바뀌면서 그에 따라 결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고 말했다.

송지영 기자 <jydrea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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